목회낙수

[2020.09.13] 쌍봉산을 오르면서
2020-09-13 09:02:44
OM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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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봉산을 오르면서

 

태풍 마이삭에 이어 하이선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하이선은 동해쪽으로 빠져 북한 함흥쪽으로 올라가 온대성 저기압으로 변질되어 소멸되었다. 방송에서 쉬지 않고 전달하는 태풍 소식에 나라 안팎의 백성들이 긴장을 하고 지냈는데 수원은 그나마 조용히 지나갔다.

바람이 불고 비가 뿌리는 월요일 오후에 나는 우정읍내로 갔다.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 늘 밟고 지나던 조암 시장인지라 옛 정취가 변한 것과 새로운 건물들과 새로운 교회들이 세워진 것을 보노라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아무 것도 모르고 지낸 세월의 아쉬움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번에 조암을 돌아보다가 쌍봉산에 가게 되었다. 읍에서 근린공원 시설을 만들고 산 입구에는 주차장과 축구 경기장 등 여러 체육시설이 설치되어 있는데 나라 살림이 부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쌍봉산은 높은 산이 아니었다. 마을 뒤에 서 있는 뒷동산, 동네 산으로 산이라는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없는 봉우리 산이었다. 해발 117m이며 공원 입구에서 250m만 걸어오르면 정상에 도착하는 쌍봉산은 산이라기보다 경사가 급한 언덕이었다.

방부목재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한걸음씩 오르기만 하면 되는 쌍봉산 입구에는 불로문(不老門)이라고 돌로 만든 출입구가 세워져 있었다. 쌍봉산이란 이름의 유래는 산봉우리가 두 개로 되어 있어 붙여졌다 하는데 1794(정조 18)에 발간된 수원부읍지(府邑誌)에 쌍부산(雙阜山)이라고 칭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산은 우정읍에 있고 서남해를 바라볼 수 있다 하였으니 지금의 지세로도 확인되어지는 바로 쌍봉산의 이름인 것이다.

이 산에 얽힌 전설 중 하나로 이 산에 장사들이 마주 보이는 남산의 장사들하고 돌을 던지는 싸움을 했는데 쌍봉산 장사가 힘이 세서 돌이란 돌은 다 남산으로 던져 쌍봉산은 돌이 없게 되고 남산에는 돌이 많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쌍봉산이 우리의 삶에 더욱 실제적으로 친근감 있게 다가오는 것은 3.1 만세 운동 때 쌍봉산 정상에서 독립의 횃불이 치솟았다는 점이다. 물론 주변의 대남산, 천덕산, 무봉산에서도 횃불이 타올라 지역 주민들의 독립 의지를 일깨웠다. 100년이 지난 지금 조암 시장과 발안 시장에서 일제에 항거하며 만세를 불렀던 애국 지사들을 기리고자 31Km 길이에 15개 구간 만세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호기심이 더욱 커진다. 쌍봉산에도 15개 만세길 구간 탐방객들에게 스탬프를 찍는 것이 비치되어 있다. 언젠가 나도 시간을 내어 15개 구간 만세길을 걷고 구간마다 스탬프를 찍어보고 싶다.

지금은 지역민들의 산보와 삼림욕장으로 사랑을 받는 이 쌍봉산은 개발의 문제를 놓고 격론하고 다툰다고 하는데 읍내 공무원들이 개발지를 포함하여 모두 공원화로 가닥을 잡았다고 하니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뒷동산이긴 하나 개발보다 보존이 미래를 위해서 필요하고 100년 전 만세 운동의 횃불이 타올랐던 얼이 담긴 산이니 더욱 삶을 기대며 살아가는 언덕으로 두어야 깊은 숨이라도 쉴 수 있지 않겠는가?

 

바람이 나무를 마구 흔든다. 동해안으로 빠진 태풍이라는데 여력이 남아 있는지 안개 구름마저 이 작은 쌍봉산으로 밀고 들어온다. 비도 후두둑 후두둑 내리는지라 돌아갈까 하다가 시야에 보이는 곳이 정상인 듯 하여 걸어 올라갔다. 쌍봉산 꼭대기는 전망대와 정자가 만들어져 있고 산신을 모신 듯한 작고 허름한 집이 중앙에 놓여 있었다. 어디서든지 서서 사진 촬영을 하도록 우정읍에서 데크 조성을 잘해 두었지만 산신각으로 여겨지는 작은 건물은 산의 맑은 정기를 음기로 바꾸는 느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서남해가 보이는 곳이기에 바다에 나가 일하는 이들의 재난을 막기 위해 과거 온 동네 주민들이 모여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드리는 곳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연은 있는 그대로, 산은 산으로 두었으면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파고든다. 손을 대는 것이 파괴이기에 편리함을 주는 시설이라도 설치하지 않는 것이 좋은데 사람들은 거꾸로 생각하기에 문제인 듯 하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 사람은 이것 하나 실천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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